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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관적인 생각

(일기) 평균의 미학 - 2020.11.24 생각

by JJUNY123 2020. 11.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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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출근길에 버스를 한번 환승한다.

환승길 직장까지 가는 버스는 나의 하루 운세를 알려준다.

너무 늦게오면 일찍 출발했음에도 지각이나 지각하지 않기 위해 뛰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보통은 환승역부터는 앉아서 가는데 그날 따라 버스에 사람이 많으면 집에서 직장까지 계속 서서 가야 하는 불행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 날은 직장까지 도착하기에는 조금 지각할수 도 있는 상황이었다.

오히려 완전히 지각이면 차라리 포기하고 맘이라도 편할텐데 상황과 운에 따라 달라지는 이런 상황에서는 괜히 초조해지고 그런다.

내가 어찌 할수 없는 상황으로 결과가 나타나는 과정속에서 얼마나 쫄리는지 모두가 공감하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쫄렸다.... 

'잘하면 지각하지 않을수도 있는데 왜 버스가 안오는거지?' 라는 생각으로 버스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 때, 76번 버스가 왔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버스가 도착한 시간이 지각할 확률이 많이 줄어든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버스를 타려고 버스 근처로 갔는데... 갔는데... 76번 버스가 사람이 많은 것이다.

내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환승역이라 타는 사람도 많았다.

그리고 나는 맨 뒤에 서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우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내가 타는 환승하는 버스는 보통 자리가 어느정도 있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앉아서 간다.

그런데... 앉지 못한다는 것이 정말 우울했다.

 

그래도 타야했다. 

다음 버스가 언제 올지 모르고 나는 지각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우울함을 가지고 버스를 타려는 순간이었다.

 

그때, 같은 버스가 또 도착하는 것이다.

그것도 바로뒤에... 그리고 사람이 없었다. 사람이 없었다!!

그 말은... 그말은!!!

 

앉아서 갈수 있다....!!!

 

근데 저건 뒤에 있는데....

여기서 뒤의 버스를 탄다면, 미래를 예상하는 경우의 수가 2가지가 있다.

 

1. 뒤의 버스가 앞의 버스를 추월한다. (앉아서 더욱 빨리 갈수 있다. = 지각하지 않는다.)

2. 뒤의 버스가 앞의 버스를 위해 조금 기다렸다가 출발한다. (앉아서 갈수 있지만 지각의 확률이 굉장히 높다.)

 

이 모든 고민들은 앞의 버스를 타면 해결이 된다.

서서 가니 조금 힘들겠지만 그래도 지각은 하지 않을 확률이 크다.

아니다. 하지만 앞의 버스라서 계속 사람이 타고 내리면 시간이 딜레이 되고 서서가는데 지각까지 하게된다면?

 

그 짧은 순간에 오조오억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하아... 어쩌지?

애초에 내가 일찍 나오면 이런 고민은 애초에 안했을거지만...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이다.

난 선택을 해야만 한다.

 

시간이 없다.

이 경쟁속에서 사람들은 탈 준비를 하고 있고, 나도 빠르게 선택하여 경쟁구도 라인에 뛰어 들어야 한다.

 

그리고 선택을 했다. 

앉아서 가자! 앉아서 가도 지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이 없으니 생각보다 빨리 도착할수도 있다.

그럼 지각하지않고 편하게 갈수 있을것이다!

아직 그렇게까지 지각은 아니니 충분히 배팅 걸만 하다.!

'배팅을 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뒤의 버스를 탓다.

앉아서 갈 생각에 신나하면서...얄루

 

앞의 버스가 출발했고 내가 탄 버스가 거의 바로 출발했다.

시작이 좋았다.

어차피 2분 3분차이다.

이정도의 차이는 커버칠수 있다. 뛰어서... 

그리고 난 앉아서 간다. 이건 남는장사다. 낄낄

 

그리고 2정거장을 갔는데 앞의 차 탔던 승객들이 우리 차로 우르르 타는 것이다.

버스기사님도 어리둥절 하시고 우선은 승객을 모두 태우고 출발했다.

 

내가 마침 버스기사님 뒷자리에 앉게 되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버스기사님이 그곳에 있었던 승객에게 물어보니

차가 급정거를 했는데 안에 타고 계시던 할머니가 심하게 넘어지셔서 부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승객들이 모두 뒷 버스로 갈아탓다는 것이다.

 

그때, 나의 작은 선택이 작으면 작고 크다면 큰 사고를 피해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승객들이 급정거 버스에 탔지만 부상이 없었다.

하지만 내가 그곳에 탓다면 별일 없었는지 무슨 일이 생겼을지는 모르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나의 묵주반지를 만지작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앉아서 간다... 

 

그 후, 버스는 많은 승객을 태우고 내렸고,

승객이 많았기에 버스기사님께서 좀 더 조심히 운전해주셨고 버스는 덕분에 안전했지만 느리게 운행하였다.

가는 도중에 우회전 차선도로에 직진하는 차가 떡하니 자리잡아 버스아저씨가 클락션을 계속 누르셨지만 차는 어쩔줄 몰라하며 가만히 있었고, 직진 차선이 풀리자마자 차는 비켜주었고 우회전 차선의 신호를 놓쳐 더욱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지각을 했다....^_____^

 

행운도 사소했고 불행도 사소했다.

76번하면 늘 솔져만 생각했었는데 앞으로는 이 작은 에피소드도 한번씩 생각이 날 것 같다.

 

나는 오늘 사고장소에서 벗어난  '행운아'였을까?

결국 지각을 한 '불행아'였을까?

 

그렇게 평균적인 하루가 또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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